히나타는 걷던 와중 문득 걸음을 멈췄다. 언제나처럼 열심히 부활동을 하고, 동료들과 같이 하교하다 막 모두와 헤어져 집으로 향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왠지 주변이 쎄한 것이 결코 정상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결코 원하지는 않았지만 히나타는 이런 느낌을 무시해서 좋을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히나타는 멈춘 자리에서 느릿하게 머리만 돌려 뒤쪽을 살폈다.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며 살피던 히나타는 어떤 이상도 눈에 띄지 않아 곧 다시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재촉해 걸었다. 그 걸음은 이제 무언가를 확인하듯 느릿하고 천천히, 라는 말이 어울리는 걸음걸이였다.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지만 히나타는 여전히 자신의 뒤를 신경 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한 히나타의 움직임은 평소의 높은 텐션이 아니라서인지 왠지 정적이었다.
─부활이 모두 끝났을 때라 다행이다
히나타는 그저 그 생각 뿐이었다. 자신에게 붙어온 것은 의외라면 의외였지만.
부활동 할 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니 아마도 방과 후의 부활동을 끝마치고 동료들과 집으로 가려던 그 때에 붙어온 것 같았다. 정말 귀찮다니까. 도중까지는 가는 방향이 같은 카게야마와 함께 걷다가 나눠지고 난 뒤에서야 진심으로 붙어온 것 같았지만 말이다. 히나타는 잠시 어찌할까 고민하면서 걸었다. 얼마 뒤 결정했는지 히나타는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휙 돌려 근처의 산길로 바꿔 들어갔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목적은 자신인 것 같으니 우선 민가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아마 조금 숨겨야 하는 일도 있었고 말이다. 들키게 된다면 조금, 아니 많이 곤란한 것은 자신이기에. 귀찮은 일을 원하지는 않지만 굳이 알면서도 스스로 귀찮은 일에 얽히는 것은 피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였기 때문이었다.
까악
문득 귓가에 새 소리, 그것도 까마귀와 같은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래, 조금만 더 기다리자. 지금은 산기슭 초입이라 들키면 꽤나 곤란해지니까. 히나타는 달래듯이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눈치 챘음에도 행동은 언제나와 같았으니 아무도 알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이 꽤나 마음에 안정을 주고 있었다.
몇 분을 그렇게 말 없이 산을 타고 올랐을까. 히나타는 이쯤이면 되었을까 싶은 높이까지 올라온 것을 확인한 후, 겨우 멈춰서 잠시 다리를 풀어주고 있었다. 확실히 저녁 시간은 충분히 지났을 시간이었다. 아, 배고프다. 고기 만두 더 먹고 싶었어. 고픈 배를 쓰다듬으며 투덜거리듯 불평을 내뱉었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자고 싶다.
그쯤 되서 주변의 온도가 내려갔다는 것을 눈치 챘다. 올라온 산의 중간 즈음 되는 높이라 그나마 온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배제해도 확실히 비이상적으로 온도가 내려간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찾아오는 쭈뼛이며 올라온 등골의 오싹함은 그리 반겨줄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언제 경험해도 이 감각은 기분 나쁘단 말이야. 히나타는 그렇게 퉁퉁거렸다.
까아악
다시 한 번 히나타의 귓가에 까마귀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히나타의 앞쪽에 스스스, 거리며 꾸물거리는 형체가 아른거리듯 나타났다. 히나타가 별로 원해서 보는 것도 아니건만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건 그저 하나였다. 불쌍해. 선천적으로 타인을 싫어하지 못하는 성격의 히나타는 그것이 설령 죽은 사념, 즉 유령이라고 해도,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미워하지는 못했다.
유령이든, 귀신이든, 악령이든. 심지어 신이라는 존재조차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히나타조차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유 없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것이든 피해를 주는 존재들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악령이었고 그 부수적인 것의 상위가 바로 악귀, 타천, 그리고 악신이나 마신급 녀석들이었다. 그 녀석들은 히나타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로 낙인 찍혀 있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히나타는 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몇 장의 종이를 뭉텅이로 꺼내들었다. 노란색이나 흰색의 바탕에 붉은색으로 기형학적인 무늬를 그려넣고 있는 것. 두말 할 것도 없이 ‘부적’ 이라 이름 붙은 그것이었다. 히나타는 배가 고팠으므로 한번에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부적을 몇 개 자신의 주변을 감싸듯 던지면 그 부적들이 알아서 일정 거리 이상 공중에 떠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내고 있었다.
히나타가 부적을 들었을 떄부터 부들부들 떨던 그 무언가는 재빨리 달려들었지만 한 발 빠르게 대처한 히나타에 의해 튕겨나가버렸다. 히나타가 주위에 부적을 날리듯 한 것은 이것 때문이었는데, 히나타는 자신의 주위에 [결계]를 친 것이었다. 그리고 히나타는 그 결계 안에서 두 손을 모으듯 마주잡았다. 히나타의 오른쪽 손목에는 어느 새인가 붉은 염주가 채워져 있었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쉰 히나타가 눈을 감았다. 그런 히나타의 주위가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결계 밖에서는 계속 부딪히는 무언가가 달려들고 날라가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결계 안에 있는 히나타는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히나타의 주위에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결계 안에서만 부는 바람은 어딘가 이 세상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그리고 히나타를 따라온 것이 하위급은 아닌 모양인지 히나타를 지켜주는 결계용의 부적이 점차 까맣게 변색되어 가고 있었다. 몇 번 더 부딪힌 끝에 겨우 부적이 전부 타버리듯 부서져 내리고 히나타를 노린 듯 손을 뻗었지만 닿지 못했다. 히나타에게 닿기 직전, 히나타의 주위를 휘감고 있던 바람이 강하게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마치 히나타에게 닿지 말라고 하는 듯 경고성이 짙었다.
까아아악
거친 바람을 끝으로 무언가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날을 세운 까마귀의 울음 소리가 이번에는 히나타와 심지어 히나타를 노린 것을 포함해 산 아래쪽의 마을, 사람들의 귓가에까지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눈을 뜨기도 힘든 환한 빛이 그 산을 둘러싼 마을 저 끝까지 감싸듯 밝아진 뒤에 점차 사그라져 갔다.
황금색의 태양을 본뜬 듯한 눈부신 빛이 사라진 그 끝에는 히나타 혼자 남겨져 있었다. 잠시 나타났다 다시 사라져버린 자신의 친구를 생각하며 히나타는 산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배고파졌으므로 빨리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싶어졌다. 등에 멘 가방을 달랑거리며 히나타는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이 때의 히나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