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쿠로코가 원래 아카시와 형제였다면?’ 에서 착안되어버린 이야기의 서막입니다.

 

어릴 적에 모종의 사건으로 서로 떨어져서 서로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만나지 못한 이야기.

테이코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아마 아카시가 쿠로코의 존재를 눈치 챈 바로 그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농구부원들이나 키세키들은 쿠로코와 아카시 두 사람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전제 하에 쓰여졌습니다. 뒤로 이어지는 쿠로채널 내용과도 일맥상통 하는 내용이 될 예정입니다.

 

그럼, 쿠로채널 시작해보죠.

 

 

 

 

 

 

 

 

 그것은 여느 여상스러운 일마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적어도 아카시 세이쥬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들은 단순히 어느 순간부터 어딘가로 곧잘 사라지곤 하는 아오미네를 찾아나선 것 뿐이었다, 고 생각했었는데. 1군이 사용하는 체육관이 아닌 3군이 쓰곤 하는 체육관에서 아오미네를 찾아낸 것은 좋았다. 거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문제라면 다른 쪽에 존재했다.

 

 존재감이 너무나도 뚜렷한 아오미네의 뒤쪽. 아오미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듯 서 있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누군가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다름 아닌 아카시, 자신이었다. 그 누군가가 존재감이 없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카시는 마찬가지로 말없이 자신을 바라봐오는 그를 똑같이 말없이 시선을 맞추고 있을 뿐이었다.

 

 

 

 “…아오미네, ‘그’는?”

 “아? 아아, 이 녀석은 테츠다.”

 

 

 

 그런 아오미네의 답변에 뒤쪽에 얌전히 서 있던 그가 손을 들어 아오미네의 옆구리에 춉을 먹였다. 언제나 하는 것이라는 양, 매우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알 수 없는 질투심을 유발했다. 아오미네는 연습 2배로 늘려야겠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시선은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상대쪽도 마찬가지였다.

 

 예고도 없이 옆구리에 작렬하는 춉에 손으로 감싸쥔 아오미네가 그를 향해 ‘테츠, 네 녀석!’ 이라며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개운할 정도로 쌈박하게 무시한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기나긴 침묵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겨우 열리는 입술이 소리로 내뱉어지기까지가 매우 길다고 느꼈다. 1초가 1분도, 1시간으로도 느껴지는 기나긴 시간이었다, 고 아카시는 그 때 그렇게 생각했다.

 

 

 

 “……. 쿠로코 테츠야, 입니다.”

 

 

 

 쿠로코.

 

 그래, 그것이 너의 새로운 성이로구나. 다른 무엇보다도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 기쁜걸.

 

 

 본인을 소개하고 입을 벌려 무언가 뒷말을 이으려 했던 것 같았으나, 곧 다물어야 했다. 쿠로코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미도리마와 무라사키바라가 놀라하며 작은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쿠로코의 옅은 존재감 없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것이 굉장히 충격이었던 것 같았다. 무언가 대화를 더 하고 싶었지만 자신들은 아오미네를 찾으러 온 것 뿐이라 시간이 넉넉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아오미네, 쿠로코와 자율 훈련 할 거라면 내일로 미뤄두도록 해.”

 

 

 

 쿠로코도. 오늘은 이제 시간도 늦었고, 이 이상 한다면 내일 연습에는 피곤해서 따라오지 못할 거야, 아오미네. 그렇게 뒷말을 덧붙이자 아오미네도 불만 않고 따랐다. 미도리마와 무라사키바라도 체육관을 등지고 나갔고 뒤이어 아오미네도 따라 나갔다. 그 탓에 체육관 안에는 자신과 쿠로코만이 남아 있었다. 짧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내려앉았다.

 

 

 

 “…아카시 군.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아아, 그렇네. 오랜만이야, 쿠로코. 너도 잘 지낸 것 같아 다행이야.”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도중에 멈춘 탓에 바닥에 굴러다니던 농구공을 집어들고 그것을 내려다보던 쿠로코가 먼저 말을 꺼내왔기 때문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말이었으나, ‘우리들’ 에게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 말이었다.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는 양 쿠로코는 변하지 않았다.

 

 시선을 내려 쿠로코가 들고 있는 농구공을 보았다. 쿠로코는 소중한 듯 조심스럽게 농구공을 들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쿠로코는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보고는 손 안에서 농구공을 굴리듯 돌렸다. 농구공이 빙글빙글 쿠로코의 손 안에서 돌고 있었다.

 

 

 

 “농구, 계속했구나.”

 “…아카시 군이 농구 좋아했으니까. 저도 좋아하고. 농구를 하고 있으면 왠지 아카시 군이 옆에 있는 것 같았거든요.”

 

 

 

 처음 쿠로코를 체육관에서 봤을 때, 무척 안도했다. 농구를 계속해 주기를 바라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사실로서 확실하게 닿아왔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무척 기뻤다. 굉장히 기뻤으니까, 농구공을 들고 있는 쿠로코의 한쪽 손을 잡아 자신쪽으로 가볍게 당기듯 끌어왔다. 그다지 몸에 힘을 주고 있던 것이 아닌 듯 쿠로코는 손쉽게 끌려왔다.

 

 자신보다 키가 약간 더 작은 쿠로코가 살짝 위를 올려다보듯 쳐다봤다. 처음엔 당황한 듯 살짝 눈을 크게 떴었지만 금방 진정된 것 같았다. 키가 그다지 차이 나지 않아 약간만 눈을 내렸는데도 쿠로코의 눈과 마주쳤다. 맑은 하늘을 그대로 박아넣은 듯한 쿠로코의 눈동자가 침착하게 바라봐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작은 심술이 올라왔지만 미소를 지으면서 내리눌러 버렸다.

 

 

 

 “쿠로코의 말대로 오랜만인데, 이름으로 불러줘.”

 “갑자기 뭡니까.”

 “응? 테츠야.”

 

 

 

 뜬금없는 부탁에 쿠로코가 작게 불평했다. 그런 쿠로코를 막듯 먼저 선수 쳐 ‘이름’을 불렀다. 쿠로코는 그에 잠시 경직되며 무언가를 생각하듯 눈을 굴렸다. 아마 쿠로코는 [암묵의 룰]을 생각했을 것이다. 말은 거창하게 [암묵의 룰]이니 뭐니 하지만 내용은 정말 별 거 없었다. 우리 둘 중 누군가 한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불린 그 당사자도 상대를 ‘이름’으로 부른다는 어린애들이나 할 법한 그런 생산성 없는 룰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은 이 ‘룰’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남들은 알지 못한다는 것도 일종의 작은 우월감을 선사했고 말이다.

 

 

 

 “……ㅅ, 세, 이쥬로, 군.”

 “‘군’은 빼야지, 테츠야. 세이쥬로. 잊지 않았잖아?”

 

 

 

 이제 와서 이름을 부른다는 게 부끄러웠던지 얼굴을 슬쩍 붉히며 작게 말하는 쿠로코였다. 들릴 듯 말 듯한 크기였으나 체육관 안이 적막했던 것과 귀 기울이고 있었던 탓에 들을 수 있었다. 뒤에 불필요한 말을 덧붙인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정정해 주었다. 그 탓에 쿠로코가 아예 입을 앙 다물어버렸다. 그 탓에 아차 싶었다. 너무 심했나. 불만족스럽지만 이걸로 만족할까, 하는 그 때였다.

 

 

 

 “세이쥬로.”

 

 

 

 그 한마디에 크리티컬을 맞았다. 아니 확실히 옛날엔 그냥 ‘세이쥬로’ 라고 불렀으니까,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쿠로코가 당장에 무리라고 한다면 다음으로 미룰 용의는 있었다. 아직 중학교 1학년 도중이니까 아직 시간은 많았으므로 천천히라도 괜찮다고 할 예정이었는데, 그 한마디에 자신을 침묵하게 만들다니. 역시 쿠로코는 변하질 않네.

 

 말하기까지 그렇게 부끄러워 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쿠로코는 언제나처럼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이름’을 입에 담았다. 불렸다는 걸 완전히 인식한 귓가에서부터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음이 명백해 보였다. 저런 쿠로코는 예나 지금이나 반칙이라고 생각했다. 말할 것도 없지만 자신이 약한 곳을 너무나도 잘 아는 쿠로코였다.

 

 

 

 “했으니까, 이제 바닐라 쉐이크 사 주세요.”

 “……. 왜 내가 그 바닐라 쉐이크에 밀려야 해?”

 “무슨 소립니까. 바닐라 쉐이크는 제 힐링제입니다. 사랑입니다. 바닐라 쉐이크를 무시하시면 저 화냅니다.”

 

 

 

 아카시 세이쥬로라는 인간이 바닐라 쉐이크 따위에 비교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라는 투로 되받아치는 쿠로코에 아카시는 ‘이 세상에서 바닐라 쉐이크 따위 다 없어졌으면’, 하고 바랬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쿠로코는 자신을 정말 얼굴도 보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건 무서워서 하지 못하고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카시를 곁눈질한 쿠로코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바닐라 쉐이크를 전부 없앤다 해도 아마 쿠로코는 아카시를 원망하지는 못할 텐데 그것을 모르는 것이 그 ‘아카시’ 답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서라면 어딘지 모르게 물러지는 아카시는 왠지 마음이 포근해지게 하는 어떤 것이 있었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지바에 바닐라 쉐이크를 사러 가면서도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소재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마지바의 바닐라 쉐이크를 사러 가면서도, 사서 나오면서도 아카시와 쿠로코의 손은 꼭 맞잡은 채 였다.

 

 

 

 

쿠로채널로 들어가기 전의 짤막한 단편을 빙자한 본편 소설입니다.

원래는 소설 아래쪽에 쿠로채널의 내용을 넣을 생각이었으나 그냥 소설만으로 끝내기로 했습니다.

 

아카쿠로 경향이 강한 것 같으나 어디까지나 형제애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예정이고요.

이건 1학년 중간의 내용이지만, 쿠로채널은 그 1년 후인 키세가 들어오고 조금 더 지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의 풋풋한 아카+쿠로의 형제애 이야기를 봐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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