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는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을 벗어나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외부로 돌아갈 타이밍을.

 

하지만 외부 상황을 알고 싶다고는 하지도 않았는데 보여주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오이카와는 보는 사람도 없기에 마음껏 투덜거렸다. 순 제멋대로라니까. 그렇게 하다가 너 나한테 미움받는 수가 생긴다? 가볍게 협박도 해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하여튼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째서 외부 상황을 보여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주는데 안 볼 수도 없는 것이라 결국 오이카와는 영상처럼 떠오른 그것을 향해 시선을 주는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또 시침떼야겠네. 오이카와상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렇게 외부의 상황을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시청하고 있던 오이카와는 마지막의 아카아시와 이와이즈미의 대화에 경악했다. 아니 이와쨩! 내가 어디 있는지 비유를 그렇게 하면 어떻하라고! 아니 굳이 말하자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엄연히 다르지 않아?!

 

이와이즈미의 말에 아카아시가 정확히 알아차리지 못했음은 분명했지만, 아니 그 비유도 맞으면서 틀리니까! 한 번 설명해주었던 것을 그렇게 말하면 어쩌나. 이와이즈미가 생각하기에 그 비유가 가장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오이카와는 예감했다.

 

내심 피곤해지겠네.

 

그리고 아카아시를 보내고 이와이즈미가 한 말을 전해들은 오이카와는 침묵했다. 이와쨩은 졸업 전에 전부 알려주고 싶은 거구나. 이와쨩이 그렇게 다짐한 것이라면, 오이카와상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여기는 솔직히 그렇게 하기 가장 편한 공간이기는 하니까.

 

이와이즈미가 자신을 본인의 집에 들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외부와의 영상은 끝났다. 내일까지 해결할 수 있으면 눈 뜨면 이와쨩의 방 안이겠구나.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오이카와는 눈을 감았다. 생각해봐야 할 것이 중대한 사안이라 고심해봐야 할 것 같았다.

 

잘 자 모두. 잘 자 이와쨩.

 

 

 

 

 

*

 

 

 

 

 

다음날이었다. 전 날 각자 나름대로 준비를 끝마치고 학교 교문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휴일이라 교문도 학교도 닫혀있었지만 역시 모이기에는 학교가 제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아니니 각자의 옷은 평소와는 다르게 사복이었다.

 

 

 

“히나타가 집이 가장 멀던가?”

“아까 전에 톡 왔었는데 이미 절반쯤은 와 있었다고 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시미즈의 집, 히나타가 알아놨다던가?”

그 가보를 잠시 빌려야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제 직접 물어봤다던데요.”

 

 

 

멤버로 받아들인 거 잘한 듯 싶어요. 아카아시가 그렇게 덧붙였다. 아카아시의 옆에서 대화를 나누던 보쿠토가 눈을 굴리며 잠시 무언가를 생각했다. 히나타를 멤버로 넣자고 한 거, 아카아시였지? 그 보쿠토의 물음에 아카아시의 시선이 옆에 있는 보쿠토에게로 돌아갔다.

 

 

 

“뭐 히나타의 체질 문제도 있었지만, 이제와서 말해보자면요.”

 

 

 

느낌이었지만 히나타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시선에 몇 번 눈을 깜박였다. 곧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울 듯한 보쿠토에 아카아시가 신발코로 바닥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우리 모두에게요.

 

 

 

“히나타가?”

“보쿠토상은 느껴본 적 없어요? 히나타가 없었을 당시와, 히나타가 있는 지금.”

 

 

 

엄연히 분위기가 달라요. 그 전이 나빴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놀랐거든요. 히나타가 부실에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변하는 게. 아카아시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려 바닥을 치고있는 신발쪽을 내려다보았다. 저는 그런 거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 뭐랄까, 생소했어요.

 

아카아시는 어릴 적을 기억한다. 아기 때부터 아카아시의 주변은 언제나 추웠다. 진짜로 추웠다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주변에서 부모님을 제외하면 따뜻한 것들이 없었다. 살아있지 않은 것들, 유령은 어디를 가든 언제나 아카아시의 주변에 널려있었다.

 

아기 때는 울었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울던 아카아시 때문에 나름 걱정도 많이 끼쳤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아기 입장에서는 유령이 뭔지 모르니까 그저 차가운 투명한 것들이 자신의 주위에 한가득 있으니까 정체를 모르는 무언가라고 생각해서 더 울었던 것도 있었다.

 

자라면서 생각을 하고 사고를 회전시킬 수 있게 되면서는 더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자신이 보이지 않는 척을 하면 무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카아시가 지금의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시절의 연장선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카아시가 그렇게 지내던 날 중 하루였을 뿐이었다.

 

 

 

“괜찮아.”

 

 

 

과거를 회상하고 있던 와중 들려온 보쿠토의 목소리에 차츰 의식을 현실로 되돌리던 아카아시였다. 보쿠토의 손이 아카아시의 머리 위에 얹어져서 슬슬 쓰다듬었다. 앞뒤 상황을 알 수 없는 아카아시가 나름 의문을 띄운 얼굴로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아카아시는 착한 아이인 걸!”

 

 

 

아. 설명할 수 없는 느낌에 아카아시의 몸이 떨렸다. 눈 앞에서 보쿠토가 웃고 있었다. 동그란 눈동자가 반쯤 접히고 그 안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를 반쯤 내보이며 웃는 모습이 개구쟁이를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을 보고 있자니 묘하게 익숙했다.

 

아카아시의 머릿속 한 켠에서 한 장면이 저절로 떠올려지듯 생각났다. 아카아시는 저 웃는 얼굴을 본 기억이 있었다. 후쿠로다니 교정에서, 한가득 피어있던 벚꽃길 아래에서, 가만히 서서 올려다보고 있던─알지 못하던 누군가의 모습.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쓰다듬을 받으면서 조용히 굳었다. 그거 보쿠토상이었- 아카아시의 기억이 맞다면 보쿠토와의 첫만남은 아카아시가 기억하던 것보다 조금 더 앞이었다. 물론 아카아시 혼자만 기억하는 첫만남이었지만. 그 때의 인물이 보쿠토가 맞다면 보쿠토는 자신을 보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상황도 알지 못하면서 아카아시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적절하게 말해온다. 그 점이 내심 치사하지만.

 

 

 

“전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보쿠토상.”

“그렇긴 하지만. 보통 아카아시는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서 걱정이란 말이지!”

 

 

 

나라도 좋다면 얼마든지 응석부려도 좋다구? 받아줄테니까! 이런 게 선후배의 특권이지! 그렇게 덧붙이며 아카아시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리는 보쿠토였다. 간만에 선배다웠을까나? 보쿠토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선배 역할 해줘야겠지.

 

혼자 만족해하는 보쿠토와는 달리 아카아시는 다른 의미로 침묵했다. 보쿠토는 알지 못하고 한 말이었겠지만. 조금 아프긴 아프네. 아카아시는 보쿠토 모르게 가만히 손을 심장께에 대보았다. 보쿠토의 말이 콕 하고 박혀버린 것 같았다. 선후배의 특권이라. 그렇네, 선후배지.

 

각자가 느끼는 기분에 서로 다른 곳을 보고있던 것도 잠시, 곧 저쪽에서부터 쿠로오가 켄마의 손을 잡아 이끄는 형태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보쿠토도 그 모습을 봤는지 그쪽을 향해 시선을 주었는데 보자마자 보쿠토답지 않게 혀를 찼다.

 

 

 

“저 불쌍한 놈. 쟤네들은 언제 관계가 발전하려나 모르겠다! 답답해!”

“에, 보쿠토상 알고 계셨어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지 않냐. 솔직히 켄마는 쿠로오가 데려온거나 마찬가지니까.”

“아아, 그러고보니. 근데 그건 데려온 게 아니라 끌려온 거 아닌가요?”

“이거나 그거나. 의미는 같은데 뭘. 아카아시는 알아서 찾아왔잖아.

“아아, 그건. 우연히 보게 된 오이카와상 때문이었죠.”

 

 

 

보쿠토와 아카아시가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에 쿠로오와 켄마가 그들과 합류했다. 이제 남은 건 거리가 먼 히나타와 비슷비슷할 이와이즈미였다. 오이카와는 현재 상태 때문에 오지도 못할테고. 아카아시가 두 사람에게 톡을 한 번 더 보냈다.

 

 

 

“켄마. 고양이 습성 좀 버리면 안 되겠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쿠로. 아침에 내가 약하다는 거 알면서.”

“쿠로오 너, 방금 켄마 데려온 모습이 꼭 억지로 데려가려는 것 같아서 납치처럼 보였다구.”

“아니 왜!? 대체 어디가? 어디가 그렇게 보이는거냐.”

 

 

 

아직 잠이 덜 깼는지 하품하는 켄마를 보며 보쿠토가 느낀 그대로를 쿠로오에게 말했다. 애써 힘들여서 끌고왔더니 돌아오는 납치범 소리에 쿠로오가 어이 없어하면서 묻더니 스스로 OTL 자세를 취했다. 스스로 말하면서 스스로 데미지를 입은 듯했다.

 

 

 

[켄마 : 우리 오기 전에 무슨 일 있었어?]

 

 

 

눈을 굴리던 켄마에게 아카아시가 포착된 것은 그 직후였다. 켄마의 눈에는 평소와 같아보였지만 조금 가라앉은 아카아시의 분위기가 보였다. 뭔가 일이 있었나보네. 그런 생각으로 아카아시에게 보낸 톡은 켄마 나름의 걱정을 담고 있었다.

 

 

 

[케이지 : 그렇게 큰 일은 없었어. 교문 앞에서 무슨 일이 있겠어.]

 

 

 

흐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아카아시의 톡에 켄마의 눈이 아카아시를 향했다. 그리고 그대로 보쿠토쪽으로 굴러갔다. 보쿠토도 왠지 아카아시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안 그런 척 하면서 계속 시선을 주고 있는데 평소라면 알아차렸을 아카아시는 반응이 없었다.

 

역시 무슨 일 있었네. 저렇게 티를 내고 있는데 이상하게 아카아시도 알지 못한단 말이지.

 

 

 

[켄마 : 케이지도 바보네.]

[케이지 : 무슨 뜻이야?]

[켄마 : 쿠로도 바보인데, 케이지도 바보야.]

[케이지 : 뭔지는 모르겠지만 쿠로오상과 같은 취급?]

[켄마 : 전부 바보야.]

 

 

 

그래. 전부 바보지. 켄마는 스스로 아카아시에게 한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바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제의 작은 파문은 아직 켄마의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자신도 무언가를 외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외면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대로 끝까지 쿠로랑 같이 있고 싶은걸.

 

켄마는 스마트폰에서 아직 좌절하고 있는 쿠로오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있지, 쿠로. 쿠로도 나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내년이면 쿠로는 대학생이 되어버리는데, 나는 아직 고등학생인걸. 그럼 또 헤어지잖아. 초등학교에 올라갈 때도, 중학교에서도,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쿠로가 먼저 기다려줬는데.

 

쿠로가 나랑 같은 학년이면 좋았을텐데.

 

나는 항상 먼저 간 쿠로를 따라잡아야 하는 걸. 아무리 쿠로가 먼저 가서 나를 기다려준다고 해도. 그러면 쿠로, 초등학교 떄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내가 쿠로가 있는 곳까지 갈 때까지 기다리는 1년. 쿠로는 먼저 가서 1년동안 나 기다리는 거 안 지겨웠어?

 

 

 

“으아아- 늦었다아!”

 

 

 

저 멀리서 맹렬히 달려온 히나타가 멤버가 모여있는 곳까지 한달음에 다가와 바닥에 드러누웠다. 다행히 전체적인 옷 색깔은 검은편이었으나 바닥의 먼지가 묻지 않는 것은 아닌데도 히나타는 그대로 숨을 고르는데만 집중하는 듯했다. 모여있던 이들의 시선이 히나타에게 가 꽂혔다.

 

나름 진한 청바지에 검은색의 후드를 입은 히나타는 바닥에 눕는 바람에 후드 뒤에 딸려있던 모자가 눌려 히나타의 머리를 일부 감춰버리고 있었다. 역시 1학년이라 귀여웠다. 숨을 다 골랐는지 상체를 벌떡 일으킨 히나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와이즈미상은 아직이에요?”

 

 

 

 

 

*

 

 

 

 

 

모두는 우선적으로 시미즈의 집에서 그 가보를 빌려오기로 했다. 그리하여 시미즈의 집을 알고있던 히나타가 앞장 서서 모두를 이끌듯 걸어나가고 있었다. 히나타가 이와이즈미를 찾은 그 얼마 뒤, 히나타가 온 방향쪽에서 이와이즈미가 와서 오이카와를 뺀 전원이 합류한 뒤였다.

 

 

 

“이와이즈미, 잠 못 잤어?”

“오늘이 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위험해지기 시작해서. 그거 지켜보느라 수면 부족이다. 해결하면 잠부터 자야겠어.”

“오이카와도 고생이네. 어제보다 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었냐?”

“기력이 빠지고 있다면 설명이 되냐?”

 

 

 

쿠로오의 물음에 답하던 이와이즈미의 말을 듣던 아카아시는 앞에서 걸어나가고 있는 이와이즈미를 보았다. 간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말대로 이와이즈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그보다 간과할 수 없는 말을 들은 게 중요했다.

 

 

 

“기력이 빠지고 있다고요?”

“어. 하여간 그 놈의 고질병이 문제야.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질 않으니.”

“상황이 나쁘잖아요. 기력이라 하면 사람이 움직이는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라구요.”

 

 

 

어제와는 달리 더 나쁜 상황인데 오히려 태평하시네요. 그럴 마음은 없었지만 어딘지 비꼬듯 나간 아카아시의 말에 이와이즈미가 시선을 뒤로 돌리며 바라봐왔다. 오이카와 녀석이 지금 뭐라할 지 확신할 수 있는데, 뭔지 말해줄까. 예?

 

 

 

“믿고 있어, 너희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제 히나타가 말했던 것과 같지. 그렇게 덧붙이며 이와이즈미의 시선이 그들의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있는 히나타에게로 돌아갔다. 이와이즈미는 히나타를 보며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 날을 떠올렸다. 히나타의 사건을 해결한 다음 날, 결정 내리기 전.

 

 

 

“아카아시, 네가 히나타를 멤버로 하자고 건의한 뒤였어.”

“아, 그 때요.”

“오이카와에게 들어서 나도 그 때에는 히나타의 능력과 체질을 안 뒤였는데, 솔직히 말해 그 얼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나름 반대하는 입장이었거든.”

“엣, 그랬어?”

“아카아시가 그렇게 건의하긴 했지만, 오이카와도 나랑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그런데? 왜, 오이카와는 너랑 의견이 달랐던 거야? 그렇게 묻는 보쿠토에 이와이즈미는 히나타를 바라봤다. 먼지를 털어낸 검은색 후드를 머리에 써서 조금씩 밖으로 삐져나온 밝은 주황색의 머리카락만이 보일 뿐이었지만, 그 뒷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

 

 

 

“오이카와가 그러더라.”

“뭐라고?”

“‘히나타가 들어오면 변할 것 같아.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에.”

“‘변하는 건 어쩐지 무섭지만,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아. 응, 괜찮을 거라고 믿어.’”

“…….”

“…….”

“오이카와는 그 순간 결정한거야. 변하고 싶다고. 녀석이 결정했는데, 나라고 못할 것도 없지.”

 

 

 

이와이즈미의 말에, 그리고 오이카와의 말에 그들 사이로 짧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만의 상처가 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꺼내들지 않을 뿐이지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 사이에서 누구보다도 빨리 오이카와가 말한 것이다. 본인도 적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변할 수 있다고, 그런 오이카와를 존중해 이와이즈미도 무언가를 결정했다. 침묵 속에서 서로 시선을 맞추던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히나타를 향해 돌아갔다.

 

괜찮을까. 괜찮아질 수 있을까. 변할까. 변할 수 있을까.

 

모두의 마음 속에서 그 물음이 되풀이되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전해준 히나타는 여전히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들보다 작은 그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확실히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었다.

 

 

 

“곧 도착이에요!”

 

 

 

그 때 뒤돌아본 히나타가 외쳤다. 그리고 곧 모두가 자신을 보고 있음에 뭔가 잘못됐나 싶어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쩔쩔매는 히나타에 누군가가 먼저 웃었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웃음이 모두에게 전염되듯 퍼졌다.

 

왜 웃는 거예요! 각자의 스타일대로 웃는 모두에 히나타가 얼굴을 붉히며 빼액 소리쳤다. 그런 히나타의 반응에 웃음이 폭소로 번졌다. 소리쳐도 안 먹히는 듯 싶자 삐쳤는지 히나타가 양 뺨 가득 공기를 넣어 부풀렸다. 아무리 어려도 자신들과 고작 1, 2년 차이인데 정말 귀여운 후배였다, 히나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심각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들은 잠시간 그 모든 것을 잊고 짧지만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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