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안녕, 토비오!
이 세상은 미쳐돌아간다
-인지認知
카게야마 토비오. 그 이름은 배구부에서 유명했다.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
배구에 있어서의 천재.
배구의 강호교인 키타가와 제1에서도 그 수가 적은 편인 세터라는 포지션에서 특출난 재능을 내보이는 1학년으로서는 감독과 코치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으나, 그 외에서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같은 동급생인 1학년들에게는 각자 포지션을 정하기 전이라 상관없었으나, 2·3학년들은 그렇지 않았다. 갓 입학한 새파란 1학년의 뛰어난 재능은 정식 선수 자리를 빼앗길거라는 경각심을 강하게 심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그 성향이 두드러졌던 것은 현 3학년으로 배구부 주장이기도 한 오이카와 토오루였다. 포지션적으로 카게야마와 경쟁하는 자리에 위치해 있는 오이카와는 그 특유의 눈치 빠름으로 인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그런 배구부의 미묘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배구 삼매경이었다. 공을 올리는 폼이 깔끔했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보고 있던 오이카와는 냉큼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정말-”
천재는 짜증나네에.
그 중얼거림을 옆에 있던 이와이즈미가 들었는지 흘끔 오이카와를 보고는 사정없이 그 등을 향해 내리치듯 때렸다. 퍼억, 하는 큰 소리가 체육관에 울렸고 곧이어 얻어맞은 등을 문지르며 따지는 오이카와의 말소리가 이어졌다.
“아파앗!! 이와짱, 갑자기 왜 때리는데? 아무 짓도 안 했는데에!!”
“했잖아, 이 쿠소카와!!”
도망갈 퇴로를 차단하듯 사실을 들이미는 이와이즈미를 보고 오이카와는 불만스레 입술을 삐죽였다. 이와짱은 매번 나한테만 뭐라 그래. 작게 꿍얼거리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응…?”
“네놈은 생각이 너무 많아.”
가끔은 그 머릿속을 비우는 것도 도움이 될 거다.
그렇게 충고를 하면서 이와이즈미는 얹은 손을 움직여 오이카와의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비교적 얌전하게 그 손길을 받아들이던 오이카와가 상황을 파악한 것은 이 다음이었다. 오이카와가 빼액 소리를 키워 소리쳤다.
“으악, 내 머리!! 이와짱, 일부러 그랬지!!!”
“그걸 이제 알았냐, 멍청아.”
“이와짜앙!!!”
“시끄럽다, 쿠소카와.”
진짜 너무하네!!
이미 고정되어 있던 머리라 그렇게 티나는 것도 아니건만 오이카와는 아주 큰 일이 났다는 양 굴고 있었다. 그런 오이카와를 굳이 알면서도 일을 벌인 이와이즈미는 제 잘못을 아는 것처럼 그 투정을 적당히 받아주고 있었다.
한쪽에서 그런 만담이 펼쳐지는 사이 카게야마는 아침 연습량을 거의 다 채우고 있었다. 그 속도가 빠른 편이라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 카게야마가 배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후우.”
공을 던지고 스파이크를 치는 연습을 하던 카게야마는 그 움직임으로 체온이 올라 발그레해진 양 뺨을 손등으로 문질거렸다. 손등도 뜨끈뜨끈해 문지르는 의미가 전혀 없었으나 카게야마는 그냥 좋았다.
배구를, 정말 좋아하는 배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카게야마는 충분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염원하던 배구부에 들어와 매일 같이 마음껏 배구공을 만질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두근두근거리며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피실거리며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억지로 막았다. 웃는 얼굴은 좀 무서우니까 말이다. 왜 웃는 게 잘 안 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카게야마는 본인의 웃는 얼굴이 굉장한 흉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집중해서, 손 안의 공을 띄우고, 도움닫기 후, 뛰어올라 때린다. 마지막 연습을 끝낸 카게야마가 날아간 공을 주워들고 뒤로 돌았을 때, 이번에는 빤히 바라봐오던 오이카와와 눈이 마주쳤다.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오이카와는 금새 카게야마를 보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지만 카게야마는 여전히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늘한 표정이었다, 고 카게야마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카게야마는 짐작할 수 없었다.
카게야마로서는 자신이 천재이기에, 시기와 질투를 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이미 미묘한 금이 발 밑에서 천천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직 카게야마는 전혀 알지 못했다.
***
수업은 재미없다. 아주 객관적이고 사실인 내용을 상기하면서 카게야마는 이번 수업도 포기하기로 했다. 머릿속에 배구만 가득한 카게야마로서는 도저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배구 생각이 간절했다. 방과 후에 다시 배구 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해도 부족하고 또 부족했다. 배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서도 갈증이 일었다. 그것은 배구를 처음 접했던 날부터 계속되었던 목마름이었다.
아무리 배구공으로 배구를 하고 있어도 절대로 온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항상 부족했고, 목이 탔다. 그 정도로 배구를 좋아하는 모습은 곁에서 보면 굉장히 비이상적이었다. 한마디로 비정상이라는 소리였다.
카게야마는 가끔이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만약 자신이 배구를 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 때에는.
“…….”
그런 상황을 상상했는지 카게야마는 몸을 떨었다. 그다지 생각하고 싶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한 번 하곤 하는 가정일 뿐이었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어째서 미련을 못 버린 것처럼 신경이 쓰이는 걸까.
“하아.”
카게야마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높은 곳에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 너머를 보다가 문득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여전히 무결점의 푸른 눈이 그곳에 있었다.
카게야마는 문득 그것이 기묘하다, 라고 생각했다. 알지 못하는 가시감(可視-)이 치고 올라오는 듯했다. 그것은 마치 속삭이는 듯 무언가를 말해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카게야마는 그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의 불안이 싹을 틔웠다.
***
“카게야마. 이리 와 보거라.”
“네.”
결국 감독에게 불리고 만 카게야마였다. 아침 연습 때까지는 멀쩡했는데 어째 방과 후가 되니 자잘한 미스를 많이 내고 있었다. 깔끔했던 자세까지도 일부 무너져서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던 것이다.
감독에게 불린 건 잘못했다는 것이니 카게야마는 당연하게도 감독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런 카게야마를 보며 감독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보고 있던 오이카와는 양 손에 쥐고 있던 배구공을 돌렸다.
“흐응.”
별 관심 없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었으나 오이카와의 모든 신경과 관심은 감독과 그 앞에 서 있는 카게야마에게 집중된 상태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이와이즈미도 오이카와의 옆으로 다가오며 시선은 마찬가지로 카게야마쪽을 향해 있었다.
“이상하네. 아침까지는 분명 절호조라는 느낌이었는데, 카게야마.”
“헹, 저건 그냥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거라구.”
“후배한테 괜한 심술 부리지 마라.”
“심술 아니라구! 오이카와 상은 쪼잔하지 않아!”
네가?
절대 믿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돌아보는 이와이즈미에 오이카와는 소소하게 데미지를 입어 풀이 죽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곁눈질로 카게야마를 살피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 오이카와에 이와이즈미는 느릿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그 머릿속 비우라니까 지지리도 말 안 들어처먹지. 쿠소카와가.
“딴 짓 말고, 토스나 올려라.”
“우왓. 이와짱 의욕 만만! 좋아, 오이카와 상 힘낼게!”
여즉 손 안에서 돌리고 있던 배구공을 꽉 잡으며 오이카와가 먼저 코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 뒤를 따르듯 오이카와를 따라 걷던 이와이즈미의 시선이 다시금 카게야마쪽을 향해 돌아갔다. 이와이즈미는 가만히 생각했다.
아마 오이카와의 예측이 맞을 것이다.
이와이즈미의 생각대로 실상은 오이카와가 말한 그대로였다. 카게야마는 현재 잠깐 정신이 이곳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것은 아까 수업 도중 가시감을 느꼈던 그 때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게야마는 가볍게 넘길 수 없었고 지금까지 그것을 끌고 온 것이었다. 자신이 정확히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그게 겉으로 드러나면서 미스가 발생한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뭐가 문제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구나.”
“네….”
격려하려 한 말이었겠지만 카게야마는 그것에 오히려 착잡해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만약 지금의 가시감을 해결한다고 해도, 그 뒤가 있을 것 같은 예감 같은 게 문득 든 탓이었다. 자신의 이 가시감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때 아닌 난관에 머리가 아파져오고 있었다.